회장 인사말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정신분석학을 창시한 프로이트(S. Freud)는 당시 인간의 마음의 신체적, 생물학적 기제의 중요성을 인정하였으나 당대 학문의 한계로 이들을 연구할 수 없으므로 심리적인 측면에만 집중하여 임상에 근거한 정신분석 이론을 발전시켰습니다.

프로이트 이후 100년 이상 동안 정신분석학은 라캉(J. Lacan), 클라인(Klein), 위니캇(D.W. Winnicott) 등 걸출한 정신분석가들을 배출하였으나, 이들의 이론과 임상 방법은 모두 전통적인 심리적 측면에만 편중되었고, 임상 사례에 근거한 통찰력 있는 이론을 제시했으나 분석가의 이론적 성향 에 따라 이론과 방법론이 서로 다른, 객관적·과학적이지 못한, 낡은 학문으로 비판 받아 왔습니다.

1990년대 후반에 정신분석가이며 정신과 의사인 솜즈(M. Solms), 신경과학자이며 심리생물학자인 판셉(J. Panksepp)을 중심으로, 정신분석학의 장점은 살리 면서, 뇌와 마음에 대한 상당한 연구 성과를 낸 신경과학의 객관적, 과학적 방법론을 도입하여, 정신분석과 신경과학을 통합하여 마음과 정신병리를 연구하고 치유하는 신경정신분석학(Neuropsychoanalysis)이 탄생하였습니다.

2000년에 국제신경정신분석학회(The International Neuropsychoanalysis Society)가 설립되었고, 2024년 현재 미국, 독일, 이탈리아, 브라질, 아르헨티나, 일본 등 37개 이상의 많은 나라에서 정신분석가, 정신과 의사, 신경학자, 심리학자 등이 학회에 참여하고 있으며, 세계적으로 수십 개의 신경정신분석 연구 단체가 활동하고 있습니다.


필자가 논문 발표차 지난 7월 말 이탈리아 트리에스테(Trieste)에서 열린 2024 신경정신분석학회 학술대회(NPSA Congress)에 참여해 FND(functional neurological disorders)(정신분석에서 히스테리로 잘 알려졌으나 지난 수십년간 사라졌다고 오인되었던 정신병리), 뇌의 예측코딩(predictive coding), 예측오류(prediction errors), 판셉의 7개 기본 감정체계 등을 중심으로 마음과 정신병리를 설명하려는 연구와 토론이 활발히 진행되는 것을 보았습니다.

신경정신분석학이 학문적으로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가 20년이 넘는데, 세계에는 수많은 연구 그룹이 활발히 연구 활동을 하고 있는데, 필자가 아는 한, 한국에는 신경정신분석 연구그룹이 아직 없으며, 신경정신분석적 연구 논문도 드뭅니다. 그러나 뇌/신경 과학이 엄청나게 발전한 이 시대에, 지금까지 정신분석학에서 가장 중시한 인간의 마음과 정신병리에 대해 업데이트된 연구와 임상을 하기 위해서는, 주관적/심리적 측면과 객관적/과학적/신체적 측면 모두를 중시하는 통합적인 진정한 마음 학문인 신경정신분석학이 한국에서도 절실히 필요합니다.

이에 뜻있는 연구자들이 모여 서울신경정신분석스터디그룹(The Seoul Neuropsychoanalysis Study Group)을 시작하고자 합니다. 외형은 아직 작으나 의미는 매우 큰 첫 걸음을 내딛는 것입니다. 진지한 많은 연구자분들이 참여하여, 한국과 세계의 마음과 정신병리 연구에 창의적인 기여를 해주시기를 바랍니다.

서울신경정신분석스터디그룹 회장

정경훈 올림